1. 프로젝트: 가을방학 정규3집 '세 번째 계절' Str/ Piano REC
2. 출시: 2015.09.01
3. 아티스트: 가을방학 (정바비, 계피)
4. 프로듀서: 이병훈
5. 레코딩 : 이건호 at CSMUSIC& Studios
6. 앨범 소개:
1. 9월입니다. 이무렵이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학교 1학년 2학기가 시작 되었을 때 선배가 해준 이야기 입니다. 학교 안에서 여자를 사귀려면 이때쯤이 좋아. 1학기 때 연애를 시작한애들 중 상당수가 방학동안 헤어지고 솔로가 되어 돌아오거든. 끝난지 얼마안돼서 옆구리는 허전하고 눈높이는 낮지. 어떻게 보면 봄보다 더 여자 꼬시기 좋은 계절이야. 일리 있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학기에 쌍쌍이 붙어다니던 아이들이 홀로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캠퍼스를 배회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세번째 계절, 즉 가을에 그들은 혼자가 되어있었습니다.
2. 만남의 나이테를 세는 단위로 계절을 꼽는 것은 꽤 적절하지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들 몇 백일이니 몇 년이니 하지만, 날(日) 은 너무 촘촘한 망이고 해(年) 는 너무 무딘칼 입니다. 여섯 계절 째인 남자친구가 있어. 실생활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좀 떨어져걷고 싶겠지만 글로 써놓고보니 그럴싸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이 계절을 타니까요. 소매와 낮과 밤의 길이가 바뀌는 파고를 몇 번이나 같이 넘을 수 있었는지. 사람 사이의 인연을 가늠하는데 썩 괜찮은 척도가 아닐까 싶기도합니다.
3. 이번앨범타이틀에꼭 "셋" 이라는 숫자를 넣고싶었습니다. 3집이란것말고도‘셋’이어야 하는 이유는 많았습니다. 세 사람이 만들었다(가을방학 두사람과 프로듀서 이병훈), 삼각지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주로 녹음했다, 자켓 그림에도 세가지 소재(바다/하늘/땅, 혹은 두 사람과 새 한 마리)가 담겨있다. 여러가지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무사히 세번째 정규작이 나왔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음악하는 팀의 시간은 비선형적 입니다. 그리고 그비선형적인 타임라인 위에서 서로 다른 마음을 모아 세 번씩이나 결과물을 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앨범은 제가 1996년 언니네이발관 1집으로 데뷔한 이래 20년째총 4개의팀으로 음악을 해오면서 멤버 변동없이 첫 번째로 내는 3집입니다. 지금부터는 가보지 않은 길입니다.
4. 음반은 기존의 가을방학 음악과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않는 내용물이라 생각합니다. 2010년에 1집음반을 소개하면서 저희는 "계피의 음색, 그리고 그 목소리가 전달하는 노랫말의 내러티브를 살리는 것" 이라고 했습니다. 이 생각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희가 곡을 만들고, 추리고, 다듬고, 최종적으로 형틀에 넣어 굳히는 과정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가진 원칙이라도 해도 좋을것 같습니다. 또 하나 염두에 둔것은 균형 입니다. "익숙하고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흥미를 느끼고 시도해보고 싶은 것 사이의 균형". 이 문구는 2집소개글에서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예전에 했던 이야기들을 뒤집지않으면서 나이 들어가는것이 저희의 또 한가지 자랑입니다.
5. 대학 1학년의 가을, 저는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선배에게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막 헤어진 여자들은 외로움을 타거나 눈높이가 낮다는 탁상공론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반례이자 제 미숙함에 대한 쓸쓸한 반증 이었습니다. 어설펐던 시절 제가 간과했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보입니다. 이를테면 세번째 계절에 혼자인 사람이 기대하는 것은, 적어도 첫번째 계절을 같이 보낼사람 이상의 무언가 일거란 사실입니다. 약속? 안정? 기본? 그 무언가를 정확히 표현할 단어는 못 찾겠지만, 그것이 적어도 꽤 여러줄의 나이테를 갖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이 앨범을 듣는 분들이 그 무언가를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결성 6년째에 들려드리는, '가을방학' 의시즌 3 입니다. (글. 가을방학 정바비)